발수(소수성)
Hydrophobicity / Water Beading — 표면이 물을 밀어내 방울로 맺히게 하는 성질. 코팅·왁스·필름의 상태를 눈으로 읽는 지표
정의
발수(撥水, Hydrophobicity)는 표면이 물을 밀어내 물방울이 퍼지지 않고 구슬처럼 맺히게 하는 성질이다. 화학에서는 소수성(疏水性)이라 부르고, 디테일링 현장에서는 물방울이 맺히는 모양 그대로 "비딩(beading)"이라고도 한다.
정도를 재는 잣대는 접촉각이다. 표면에 물방울을 올리고 옆에서 봤을 때 물방울 가장자리가 표면과 이루는 각이다. 물이 납작하게 퍼지면 각이 작고, 구슬처럼 서면 각이 크다.
| 접촉각 | 분류 | 눈에 보이는 모습 |
|---|---|---|
| 90도 미만 | 친수(親水) | 물이 얇게 퍼져 표면을 적신다 |
| 90도 이상 | 발수(소수) | 물이 방울로 맺힌다 |
| 110~150도 | 고발수 | 방울이 거의 반구 이상으로 선다. 잘 시공된 세라믹코팅이 이 범위다 |
| 150도 이상 | 초발수 | 연잎처럼 구슬이 굴러다닌다 |
핵심: 발수는 보호막의 결과이지 보호막 자체가 아니다. 왁스·코팅·필름이 표면 성질을 바꿔 놓은 것을 물이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발수는 "코팅이 아직 일하고 있나"를 읽는 눈금으로 쓰이지만, 뒤에서 설명하듯 그 눈금은 생각보다 자주 틀린다.
원리
물방울이 퍼질지 맺힐지는 표면 에너지가 정한다. 표면 에너지가 높은 면은 물을 끌어당겨 넓게 적시고, 낮은 면은 물을 밀어내 방울로 만든다. 맨 클리어코트는 표면 에너지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 물이 어느 정도 퍼진다. 여기에 왁스나 세라믹코팅을 올리면 표면 에너지가 낮아지고, 같은 물이 같은 자리에서 구슬로 선다.
왁스와 코팅의 발수는 지속 방식이 다르다. 왁스는 표면에 물리적으로 얹혀 있어 세차와 비에 조금씩 씻겨 나가고, 그에 따라 방울 모양이 서서히 무너진다. 세라믹코팅은 도장면과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경화돼 있어 같은 조건에서 훨씬 오래 간다. PPF는 탑코트가 이 역할을 맡고, 틴팅 필름도 표면층이 발수 성질을 갖는 제품이 있다.
유리도 마찬가지다. 유리 발수코팅은 유리 표면에 발수층을 결합시키는 것인데, 와이퍼의 반복 마찰로 갈리고 유리 안쪽에서 배어 나오는 알칼리 성분이 결합을 끊어 도장면 코팅보다 수명이 짧다.
비유: 프라이팬이다. 코팅 없는 팬에는 기름이 퍼지고, 코팅 팬에는 물이 구슬처럼 돌아다닌다. 팬이 새것인가보다 코팅이 살아 있는가가 결과를 정한다.
비딩과 시팅
발수 표면에서 물은 두 가지 방식으로 빠진다. 현장에서는 이 둘을 구분해서 본다.
| 구분 | 모습 | 장점 | 단점 |
|---|---|---|---|
| 비딩(Beading) | 작은 구슬이 촘촘하게 맺힌다 | 보호막 유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보기 좋다 | 구슬이 제자리에 남아 마르면 그 자리마다 워터스팟이 남는다. 물기 제거에 타월과 시간이 더 든다 |
| 시팅(Sheeting) | 물이 한 장처럼 뭉쳐 흘러내린다 | 표면에 남는 물이 적어 워터스팟 위험이 낮고 닦기 쉽다 | 보기에 "코팅 티"가 덜 난다 |
초보자는 비딩이 촘촘할수록 좋은 코팅이라고 생각하지만, 차를 지키는 쪽은 오히려 시팅이다. 표면에 물이 남아 있는 시간이 짧을수록 미네랄이 마를 틈이 없다. 좋은 코팅은 "구슬이 예쁘게 서는" 코팅이 아니라 "물이 알아서 떠나는" 코팅이다.
접촉각보다 슬라이딩각
접촉각이 높다고 물이 잘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기 시작하는 기울기를 슬라이딩각이라 하는데, 접촉각과 슬라이딩각은 별개다. 접촉각이 높아 구슬처럼 선 방울이 표면에 붙어 안 움직이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접촉각은 낮은데 방울이 쉽게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다.
차에 해를 끼치는 것은 표면에 남아서 마르는 물이다. 그러니 실제 보호에 중요한 쪽은 슬라이딩각이다. 슬라이딩각이 낮으면 주행 중 바람이나 살짝 기운 패널만으로도 방울이 떠나고, 높으면 세워 둔 차 위에서 방울이 그대로 말라 워터스팟이 된다.
슬라이딩각은 방울의 무게·크기·표면 상태에 따라 달라져서 제품 라벨에 잘 안 적힌다. 대신 현장에서는 이렇게 본다. 세차 후 물을 뿌리고 패널을 봤을 때 방울이 조금만 커져도 스스로 굴러 내려가면 좋은 상태, 커져도 제자리에 붙어 있으면 표면이 오염됐거나 보호막이 약해진 상태다.
반대 선택, 친수
일부러 발수를 안 만드는 제품도 있다. 친수(親水) 코팅은 물을 튕기는 대신 얇게 퍼뜨려 한꺼번에 흘러내리게 한다. 유리 쪽에서는 친수 코팅을 쓰면 빗물이 방울로 맺히지 않고 막처럼 흘러 시야 왜곡이 적다는 이유로, 도장면에서는 물기 제거가 쉽고 워터스팟이 덜하다는 이유로 고르는 사람이 있다.
단점은 "코팅한 티"가 안 난다는 것과, 물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유성 오염에도 친화적이라 오염이 붙기 쉬울 수 있다는 점이다. 발수냐 친수냐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어떤 관리를 하느냐의 선택이다. 실외 주차에 세차 간격이 긴 차라면 시팅 성향이 강한 발수나 친수가, 실내 주차에 자주 닦는 차라면 비딩이 강한 발수도 문제없다.
현실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보면 발수는 가장 많이 오해되는 지표다. 코팅 시공 후 물을 뿌려 구슬이 서는 걸 보여 주면 고객이 가장 좋아하고, 반대로 몇 달 뒤 "발수가 죽었다, 코팅이 벗겨졌다"는 항의도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그 항의의 상당수는 코팅 소실이 아니라 표면 오염이다.
코팅 위에 유막, 도로 분진, 세제 잔여물, 왁스형 세차 첨가제가 얇게 덮이면 물은 코팅이 아니라 그 오염층을 만난다. 오염층은 표면 에너지가 높아 물이 퍼진다. 코팅은 그 밑에 멀쩡히 있다. 그래서 발수가 죽었을 때 순서는 정해져 있다 — 철분제거 → 클레이 → 탈지로 표면을 정리하고 다시 물을 뿌려 본다. 돌아오면 코팅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안 돌아오면 그때 재시공을 이야기한다.
발수를 "되살린다"는 제품
코팅 유지제, 부스터, 탑퍼라고 부르는 제품들은 대개 코팅 위에 얇은 발수층을 한 겹 더 얹는 것이다. 발수는 바로 돌아오지만 그 층은 왁스처럼 짧게 간다. 오염을 걷어내지 않고 위에 덮기만 하면 오염과 함께 갇히니, 정리가 먼저고 유지제는 그다음이다.
흔한 실수
- 발수 = 코팅 수명으로 읽는 것 — 발수는 표면 상태다. 오염이 덮이면 코팅이 있어도 죽고, 유지제를 뿌리면 코팅이 없어도 잠깐 산다. 발수만으로 코팅 유무를 판정하지 않는다.
- 구슬이 촘촘하다고 좋은 코팅이라 믿는 것 — 구슬이 안 굴러가면 그 자리마다 워터스팟이다. 방울이 스스로 떠나는지를 본다.
- 코팅 차라고 물기를 안 닦고 말리는 것 — 남은 방울은 돋보기처럼 미네랄을 한 점에 모은다. 발수가 좋을수록 남은 방울이 동그랗게 서서, 오히려 자국이 또렷하게 남는다.
- 발수가 죽자마자 재시공을 권하는 것 — 정리(철분·클레이·탈지) 없이 재시공하면 고객은 돈을 두 번 쓴다. 정리 후 재확인이 먼저다.
- 경화 중에 물을 뿌려 확인하는 것 — 코팅은 경화가 끝나기 전에 물을 만나면 결합이 흐트러진다. 시공 직후 "발수 시연"을 하고 싶어도 제조사가 정한 시간을 기다린다.
- 유리 발수코팅 위에 유막제거제를 쓰는 것 — 유막제거제는 연마 성분이라 발수층까지 갈아낸다. 유리에 발수코팅이 돼 있다면 유막 제거가 아니라 중성 세정으로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