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 용액
Slip Solution — 필름이 물 위에 뜬 채 위치를 잡게 해주는 시공용 용액
정의
슬립 용액(Slip Solution)은 필름을 붙이기 전에 유리에 뿌리는 물에 세제를 아주 조금 섞은 액이다. 현장에서는 그냥 물 또는 비눗물이라고 부른다.
이름 그대로 미끄러지게(slip)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필름의 접착면이 유리에 닿는 순간 그대로 붙어버리면 위치를 고칠 수 없다. 그래서 물막을 한 겹 깔아 필름이 물 위에 뜬 상태가 되게 하고, 자리를 다 잡은 뒤 스퀴지로 그 물을 밀어내면서 붙인다.
핵심: 접착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붙는 시점을 내가 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이 빠져나간 자리부터 순서대로 접착이 일어난다.
두 가지 역할
1. 윤활 — 위치를 고칠 수 있게 한다
필름을 유리에 정확히 한 번에 얹는 건 불가능하다. 슬립 용액이 있으면 얹은 뒤에도 밀고 돌려서 맞출 수 있다. 마른 유리에 얹으면 그 순간 끝이라 조금만 틀어져도 필름을 버린다.
2. 열 완충 — 열성형 때 필름을 지킨다
웻 슈링크로 열성형할 때는 슬립 용액이 필름과 유리 사이의 완충층이 된다. 물이 열을 얼마간 받아내 필름에 열이 한 번에 몰리는 것을 막아준다. 대신 물이 마르면 이 완충이 사라지므로, 마르는 속도까지 계산에 넣어야 한다.
농도 — 세제는 아주 조금
가장 많이 어긋나는 지점이 농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제는 생각보다 훨씬 적게 넣는다. 분무기 한 통에 몇 방울 수준이고, 거품이 일 정도면 이미 많다.
| 상태 | 결과 |
|---|---|
| 세제가 너무 적다 | 필름이 잘 안 미끄러진다. 위치 조정 중에 눌어붙는다 |
| 적정 | 미끄러지되, 스퀴지로 밀면 물이 깨끗이 빠진다 |
| 세제가 너무 많다 | 접착이 제대로 안 된다. 마른 뒤 들뜨거나 얼룩이 남는다 |
세제를 많이 넣으면 당장은 작업이 편하다. 잘 미끄러지고 스퀴지도 부드럽게 나간다. 문제는 며칠 뒤에 나타난다 — 접착제가 제 힘을 못 내 가장자리부터 들뜬다. 편한 쪽으로 갈수록 나중에 손해라는 게 이 재료의 성격이다.
물도 재료다. 경수(미네랄이 많은 물)를 쓰면 마른 뒤 흰 자국이 남을 수 있다. 정제수를 쓰는 곳이 있는 것도 그래서다. 유막이 남은 유리에 뿌리면 용액이 고르게 안 퍼져 얼룩진 채로 시공된다 — 유막 제거가 선행이다.
현실에서는
필름마다 요구가 다르다
같은 농도로 모든 필름을 다루기 어렵다. 접착 방식이 다른 필름은 반응도 다르고, 제조사가 권장 조건을 따로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새 필름을 처음 쓸 때는 제조사 안내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시행착오를 줄인다.
계절을 탄다
여름에는 물이 금방 마르고 겨울에는 더디게 마른다. 같은 농도라도 여름에는 조정할 시간이 짧고, 겨울에는 건조가 길어져 시공 후 기포가 오래 남는다. 손에 익은 배합이 계절이 바뀌면 안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아끼지 않는다
교육 현장에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용액을 아끼는 것이다. 조금만 뿌리면 필름이 중간에 걸려 붙어버리고, 떼어내려다 필름이 늘어나거나 접힌다. 넉넉히 뿌려서 손해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남는 물은 어차피 스퀴지로 밀어낸다.
흔한 실수
- 세제를 많이 넣는 것 — 작업은 편해지지만 접착력이 떨어져 나중에 들뜬다. 거품이 날 정도면 확실히 과하다.
- 용액을 아껴 뿌리는 것 — 필름이 중간에 눌어붙어 위치를 못 고친다. 떼어내다 필름을 버리는 일이 여기서 나온다.
- 주방세제 아무거나 쓰는 것 — 향료·보습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잔여물을 남긴다. 첨가물이 적은 것을 쓴다.
- 유막을 안 잡고 뿌리는 것 — 용액이 고르게 퍼지지 않아 얼룩진 상태로 시공된다.
- 물을 덜 밀어내고 끝내는 것 — 남은 수분이 기포로 보인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빠지지만, 많이 남으면 그대로 자국이 된다.
- 시공 직후 창문을 내리는 것 — 접착이 자리 잡기 전이라 필름이 밀린다. 건조 기간에는 창문을 올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