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T (가시광선투과율)
Visible Light Transmission — 빛이 유리와 필름을 통과해 들어오는 비율
정의
VLT(Visible Light Transmission)는 가시광선이 유리와 필름을 통과해 실내로 들어오는 비율이다. 우리말로는 가시광선 투과율, 업계에서는 그냥 농도라고 부른다.
숫자가 낮을수록 어둡다. VLT 5%면 빛의 5%만 들어온다는 뜻이다. 이 방향을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데, "농도 5%"는 아주 짙은 필름이지 옅은 필름이 아니다.
측정 대역은 사람 눈에 보이는 380~780nm 구간이다.
핵심: VLT는 필름의 성능이 아니라 밝기를 나타내는 숫자다. 열이 얼마나 차단되는지, 자외선이 얼마나 막히는지는 VLT로 알 수 없다. 그건 따로 있는 지표다.
시공 전 확인: 국내에는 자동차 창유리 투과율에 관한 기준이 정해져 있다. 부위별로 다르고 개정될 수도 있으므로, 시공 전에 현행 기준을 직접 확인하거나 시공 업체에 문의하는 것이 확실하다. 이 문서는 용어 설명이지 법률 안내가 아니다.
측정 원리
투과율은 틴트미터라는 집게형 측정기로 잰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광원과 수광 센서를 마주보게 물린 뒤, 통과한 빛의 양을 계산하는 구조다.
흥미로운 건 광원 파장이다. 약 550nm 녹색광을 쓴다. 사람 눈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파장이라, 측정값이 체감 밝기에 가장 가깝게 나오기 때문이다.
정확도는 대략 ±2% 수준이다. 그래서 특정 수치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도록 시공하면 측정기 오차만으로도 결과가 갈릴 수 있다. 여유를 두는 편이 낫다.
표기값과 실측값이 다른 이유
현장 분쟁의 절반이 여기서 나온다. "70% 필름을 붙였는데 왜 65%가 나오냐"는 항의다.
답은 간단하다. 최종 투과율은 곱셈이기 때문이다.
최종 VLT = 순정 유리 투과율 × 필름 투과율
순정 유리는 이미 100%가 아니다. 유리 자체가 빛을 얼마간 잡아먹는다.
| 순정 유리 종류 | 투과율 |
|---|---|
| 일반 유리 | 약 89~90% |
| 착색 유리 | 약 80% |
| 솔라글라스 · UV차단유리 | 약 70~72% |
계산해 보면 결과가 명확하다.
- 일반 유리(89%) + 80% 필름 → 89 × 0.80 = 71.2%
- 그린 유리(81%) + 80% 필름 → 81 × 0.80 = 64.8%
같은 필름을 붙여도 차에 따라 결과가 6% 넘게 벌어진다. 필름에 적힌 수치는 필름 단품 기준이고, 실제 측정은 유리와 필름을 합친 상태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밝은 시공을 원한다면 필름 표기값만 보고 고르면 안 된다. 내 차 순정 유리가 어떤 종류인지부터 확인하고, 시공 후 실측값을 받아두는 게 확실하다.
IRR·UV·TSER과의 구분
필름 스펙에는 숫자가 여러 개 적혀 있는데, 각각 재는 게 다르다.
| 지표 | 무엇을 재나 | 파장 |
|---|---|---|
| VLT | 눈에 보이는 빛의 투과율 (= 농도) | 380~780nm |
| IRR | 열을 나르는 적외선 차단율 | 780~2,500nm |
| UV 차단율 | 자외선 차단율. 양질 필름은 농도와 무관하게 99%대 | ~380nm |
| TSER | 태양에너지 전체(자외선+가시광선+적외선) 차단율 | 300~2,100nm |
"짙어야 시원하다"가 틀린 이유
열을 나르는 건 대부분 적외선이고, 적외선 차단은 농도와 원리가 다르다. 가시광선은 통과시키면서 적외선만 골라 차단하는 기술이 있어서, 밝은 필름도 높은 열차단이 가능하다.
반대 사례가 더 극적이다. 염색(다이드) 필름은 아무리 새까매도 적외선 차단이 낮다. 어두워서 눈은 편한데 실내는 여전히 덥다.
정확히 하자면: 가시광선도 태양에너지의 일부라, 같은 제품 라인 안에서는 어두울수록 총차단율이 조금 올라가는 건 맞다. 다만 이건 동일 계열 내 비교에서만 성립하고, 제품 계열이 다르면 무의미하다. 세라믹 70%가 염색 15%보다 시원한 경우가 흔하다.
한 가지 더. IRR 숫자는 브랜드끼리 비교하면 안 된다. 제조사마다 측정 파장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780~2,500nm 전 대역을 재는 곳도 있고 900~1,000nm 좁은 구간만 재는 곳도 있는데, 좁은 대역만 재면 숫자가 훨씬 크게 나온다. 브랜드 간 비교에는 TSER이 그나마 공정한 지표다.
농도 체계
국내 유통에서 통용되는 농도 구간이다. 브랜드마다 표기 기준이 조금씩 달라 절대적인 구분은 아니다.
| 농도 | 체감 | 주 용도 |
|---|---|---|
| 5~10% | 밖이 거의 안 보인다 | 최고 짙은 등급 |
| 15~20% | 매우 어둡다 | 측·후면 주력 |
| 30~40% | 어둡다 | 국내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구간 |
| 50~79% | 적당~밝다 | 밝은 시공을 원할 때 |
| 75~90% | 거의 무색 | 앞유리용 고투과 필름 |
앞유리에 쓰는 고투과 필름은 눈으로는 거의 티가 안 난다. 색을 내려고 붙이는 게 아니라 자외선과 적외선을 막으려고 붙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도와 기능이 별개라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군이다.
현실에서는
시공 가격
국산 승용차 전체(전면+측후면) 기준이다.
| 등급 | 가격대 |
|---|---|
| 보급형 | 약 50~70만 원 |
| 중급 | 약 80~110만 원 |
| 프리미엄 나노세라믹 | 약 140~150만 원 |
| 기존 필름 제거 | 약 10만 원 추가 |
| 수입차 | 10~20만 원 추가 |
견적 플랫폼 기준으로는 평균 30만 원대, 최저 10만 원부터 80만 원대까지 폭이 넓다. 필름 등급 차이가 그대로 가격 차이다.
같은 농도라도 가격이 세 배씩 벌어지는 이유는 열차단 방식 때문이다. 염색 필름은 싸고, 금속 증착이나 세라믹은 비싸다. 농도표만 보고 고르면 이 차이가 안 보인다.
야간 시야
어두운 필름이 야간 후방 시야를 떨어뜨린다는 건 실험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국내 인간공학 연구에서 틴팅 농도가 야간 운전자의 후방 물체 식별 능력을 유의하게 저하시키며, 신호대기나 주차 상황에서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낮에 매장에서 볼 때와 밤에 좁은 골목에서 후진할 때의 체감은 완전히 다르다. 농도를 고를 때는 밝은 날 기준이 아니라 가장 어두운 상황을 기준으로 잡는 편이 낫다.
운전자 눈은 적응한다
처음에는 어둡다고 느끼다가 며칠 지나면 익숙해진다. 문제는 익숙해진 게 잘 보이게 된 것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눈이 적응한 것이지 들어오는 빛의 양이 늘어난 게 아니다.
흔한 실수
- 필름 표기값을 최종값으로 아는 것 — 순정 유리와 곱해지므로 실측은 항상 표기보다 낮게 나온다. 같은 필름도 차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 농도만 보고 열차단을 기대하는 것 — 봐야 할 건 VLT가 아니라 TSER이다. 까맣다고 시원하지 않다.
- IRR 숫자를 브랜드끼리 비교하는 것 — 측정 파장 범위가 달라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 해외 자료의 수치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 — 나라마다, 미국은 주마다도 통용되는 기준이 다르다. 해외 커뮤니티에서 본 숫자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면 어긋난다.
- 뒷유리를 지나치게 짙게 하는 것 — 야간 후방 식별력 저하는 실험으로 확인된 영역이다. 후진 주차가 잦다면 특히 신중해야 한다.
- 자외선 차단을 농도로 해결하려는 것 — 양질의 필름은 농도와 무관하게 자외선을 99% 이상 막는다. 자외선 때문에 짙게 할 이유는 없다.
- 시공 후 실측값을 안 받아두는 것 — 나중에 얘기가 달라졌을 때 근거가 없다. 시공 직후 측정값을 남겨두는 게 서로에게 깔끔하다.
여담
- 28년간 트럭을 몬 69세 운전자의 얼굴 왼쪽만 수십 년 더 늙은 사진이 의학저널에 실려 유명해졌다. 원인은 유리 종류 차이다. 앞유리는 접합유리라 자외선 A를 대부분 막지만, 옆유리는 강화유리라 못 막는다. 창문 쪽 얼굴 절반에만 광노화가 누적된 것이다. 옆유리 자외선 차단이 왜 중요한지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자료가 없다.
- 틴트미터가 550nm 녹색광을 쓰는 건 사람 눈이 그 파장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기계가 재는 숫자를 사람의 체감에 맞추려는 설계다.
- IRR 수치는 마케팅에서 부풀리기 쉬운 숫자다. 적외선 전 대역을 재는 대신 차단이 잘 되는 좁은 구간만 골라 재면 숫자가 훨씬 크게 나온다. 스펙표에 측정 대역이 안 적혀 있으면 그 숫자는 참고용으로만 봐야 한다.
- 농도를 뜻하는 "틴팅(tinting)"은 원래 "색을 옅게 입힌다"는 뜻이다. 정작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색을 거의 안 입히면서 적외선만 막는 고투과 필름이라, 이름과 실제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