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퀴지
Squeegee — 필름과 표면 사이의 공기와 물을 밀어내 밀착시키는 도구
정의
스퀴지(Squeegee)는 필름을 붙일 때 필름과 표면 사이에 있는 공기와 물을 밀어내, 필름이 표면에 제대로 붙게 만드는 판 형태의 도구다.
모양은 단순하다. 손에 잡히는 크기의 딱딱한 판이고, 표면에 닿는 쪽에 고무나 플라스틱 날이 있다. 유리창 청소용 밀대와 이름이 같은데, 원리도 같다. 표면에 붙은 액체를 날로 밀어 한쪽으로 몰아내는 것이다.
PPF, 랩핑, 윈도우 틴팅 — 필름을 다루는 모든 시공에서 쓴다. 필름 시공에서 손에 가장 오래 들려 있는 도구다.
핵심: 스퀴지는 필름을 "붙이는" 도구가 아니라 필름 아래 있는 것을 "빼내는" 도구다. 접착은 접착제가 하고, 스퀴지는 그 접착제가 표면에 닿을 수 있게 방해물을 치우는 역할이다.
원리
필름을 표면에 얹으면 그 사이에 반드시 무언가가 남는다. 마른 상태로 붙이는 시공에서는 공기가, 물을 뿌리고 붙이는 시공에서는 슬립 용액이 남는다.
이것들이 남아 있는 자리는 접착제가 표면에 닿지 못한다. 공기가 갇히면 기포가 되고, 물이 갇히면 처음엔 안 보이다가 마르면서 얼룩이나 들뜸으로 나타난다. 스퀴지는 날로 그 층을 눌러 한 방향으로 밀어내면서, 밀려난 자리부터 순서대로 접착제가 표면에 닿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게 방향이다. 아무 데나 밀면 안 되고 반드시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밀어야 한다. 바깥에서 안쪽으로 밀면 가장자리가 먼저 붙어버려 안쪽의 공기가 빠져나갈 출구를 잃는다. 갇힌 공기는 그 자리에서 기포로 굳는다.
비유: 스마트폰 액정보호필름을 붙일 때와 똑같다. 가운데를 눌러 카드로 바깥으로 밀어내는 그 동작이다. 자동차 필름 시공은 그걸 차 한 대 크기로 하는 것이고, 그래서 도구가 손가락이 아니라 스퀴지다.
물을 쓰는 시공(틴팅)과 안 쓰는 시공(랩핑)에서 스퀴지의 감각이 완전히 다르다. 물을 쓰면 필름이 표면 위에서 미끄러져 위치를 다시 잡을 수 있고 밀어내는 저항도 적다. 반면 마른 상태에서는 필름이 닿는 순간 붙어버리므로, 한 번 민 자리는 되돌릴 수 없다.
종류
스퀴지는 경도와 형태 두 축으로 나뉜다.
경도별
| 경도 | 특성 | 주로 쓰는 곳 |
|---|---|---|
| 하드 | 거의 휘지 않는다. 밀어내는 힘이 가장 강하다 | 넓은 평면. 유리, 보닛, 루프 |
| 미디엄 | 적당히 휘어 곡면을 따라간다 | 범용. 대부분의 작업 |
| 소프트 | 잘 휘어 굴곡을 따라간다. 힘은 약하다 | 곡면, 요철이 있는 부위 |
딱딱한 스퀴지는 힘이 좁은 면에 실려 물과 공기를 확실히 밀어내지만, 곡면에서는 날의 가운데만 닿아 가장자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반대로 부드러운 스퀴지는 곡면을 잘 따라가는 대신 평면에서는 힘이 분산돼 물이 남는다. 면의 모양에 경도를 맞추는 것이 선택 기준이다.
형태별
| 형태 | 모양 | 용도 |
|---|---|---|
| 하드카드 | 손바닥 크기의 사각 판 | 넓은 면을 빠르게 밀어낼 때. 가장 기본 |
| 윙 / 버퍼 스퀴지 | 날 가장자리가 둥글게 처리된 형태 | 필름 표면 손상을 피해야 할 때. 랩핑 마감 |
| 디테일 스퀴지 | 작고 끝이 뾰족하거나 좁은 형태 | 몰딩 틈새, 모서리, 좁은 부위 |
| 손잡이형 | 긴 손잡이가 달린 형태 | 유리 안쪽 하단처럼 손이 안 들어가는 곳 |
랩핑에서는 날에 마이크로화이버 천이나 전용 버퍼를 씌워 쓰는 게 일반적이다. 마른 상태로 미는 시공에서는 날이 필름 겉면에 직접 닿기 때문이다. 틴팅은 물이 윤활 역할을 하므로 맨 날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각도와 동선
같은 스퀴지라도 어떤 각도로 미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날을 세울수록 힘이 날 끝의 좁은 면에 집중돼 밀어내는 힘이 강해진다. 대신 필름 표면에 가해지는 압력도 커져 긁힐 위험이 올라간다. 날을 눕힐수록 접촉면이 넓어져 힘이 분산되고, 밀어내는 효율은 떨어지지만 필름은 안전하다.
| 면의 형태 | 각도 | 이유 |
|---|---|---|
| 평면 | 세워서 | 날 전체가 고르게 닿으므로 강하게 밀어도 안전하다 |
| 완만한 곡면 | 중간 | 날이 곡면을 따라 어느 정도 닿게 만든다 |
| 굴곡이 큰 곡면 | 눕혀서 | 세우면 날 가운데만 닿아 그 지점만 눌린다 |
다만 각도를 숫자로 외우는 것보다 날이 표면에 고르게 닿고 있는지 눈으로 보는 것이 실전에 가깝다. 각도가 맞으면 밀려나는 물이나 공기가 날 앞쪽에 균일한 선으로 모인다. 한쪽만 밀려나거나 중간이 비면 각도나 압력이 틀린 것이다.
동선은 겹쳐서 미는 것이 원칙이다. 한 번 민 자리와 다음 자리를 절반쯤 겹치게 밀어야 사이에 남는 띠가 생기지 않는다. 스퀴지 폭만큼 딱딱 끊어서 밀면 그 경계마다 밀리지 않은 얇은 줄이 남는다.
현실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스퀴지는 가장 싸면서 결과를 가장 크게 가르는 도구다. 하나에 몇천 원짜리인데, 이걸 어떻게 쓰느냐로 시공 품질이 갈린다. 필름 값이 수십만 원인데 문제는 늘 몇천 원짜리 도구를 쓰는 방식에서 생긴다.
날 관리
스퀴지에서 실제로 관리해야 하는 건 날 끝이다. 여기에 흠집이 생기거나 이물질이 박히면, 미는 자리마다 그 흠집이 필름에 줄을 그린다. 처음엔 한 줄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데, 같은 스퀴지를 계속 쓰면 시공한 모든 패널에 같은 위치의 줄이 남는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날이 상하면 사포로 살짝 밀어 다듬거나 그냥 새것으로 바꾼다. 아까워할 만한 가격이 아니다. 천을 씌워 쓰는 경우에도 천을 자주 갈아야 한다. 한 번 오염된 천은 그 오염물을 계속 끌고 다닌다.
여러 개를 쓴다
숙련자일수록 스퀴지를 하나만 쓰지 않는다. 평면용 하드, 곡면용 소프트, 틈새용 디테일을 옆에 늘어놓고 부위마다 바꿔 든다. 초보자는 하나로 전부 해결하려다 곡면에서 힘이 안 들어가고 평면에서 물이 남는 상태를 동시에 만든다.
손의 감각
밀 때의 압력은 눈이 아니라 손으로 잡는다. 저항이 갑자기 줄면 그 아래는 이미 다 밀린 것이고, 저항이 갑자기 커지면 필름이 들뜨거나 이물질이 걸린 것이다. 이 감각이 잡히기 전까지는 조명을 비스듬히 비춰 남은 자국을 눈으로 확인하며 밀어야 한다.
흔한 실수
- 바깥에서 안쪽으로 미는 것 — 가장자리가 먼저 붙으면 안쪽 공기가 나갈 길이 막힌다. 중앙에서 바깥으로 미는 것은 편의가 아니라 원리다.
- 곡면에 하드 스퀴지를 쓰는 것 — 딱딱한 날은 곡면에서 가운데만 닿는다. 그 지점만 세게 눌리면서 필름에 주름이나 접힘 자국이 생기고, 정작 가장자리 물은 안 밀려난다.
- 날 상태를 확인 안 하고 계속 쓰는 것 — 흠집 난 날은 미는 자리마다 같은 위치에 줄을 남긴다. 시공이 다 끝나고 조명 아래에서야 발견되는 유형의 결함이다.
- 겹치지 않고 끊어 미는 것 — 스퀴지 폭만큼 딱딱 끊어 밀면 지나간 자리 사이에 밀리지 않은 띠가 남는다. 절반씩 겹쳐야 한다.
- 기포를 발견하고 그 자리만 문지르는 것 — 이미 주변이 붙은 상태에서 기포만 밀면 갈 곳이 없어 그 자리에서 뭉갠다. 가까운 가장자리 쪽으로 길을 만들어 밀어내거나, 열을 줘 필름을 부드럽게 한 뒤 다시 밀어야 한다.
- 천 없이 무광·크롬 필름을 미는 것 — 이런 필름은 표면이 한 번 긁히면 광택 작업으로 복구할 수 없다. 랩핑에서 천을 씌우는 건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 힘으로 해결하려는 것 — 안 밀리면 대개 각도나 도구 선택이 틀린 것이지 힘이 부족한 게 아니다. 힘을 더 주면 필름이 늘어나거나 찢어진다.
여담
- squeegee는 "쥐어짜다(squeeze)"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선박에서 갑판의 물을 밀어내던 도구 이름이 유리창 청소로, 다시 필름 시공으로 넘어왔다. 하는 일은 200년째 똑같다 — 표면에 있는 액체를 한쪽으로 몰아내는 것.
- 실크스크린 인쇄에서도 같은 이름의 도구를 쓴다. 그쪽은 잉크를 망 사이로 밀어 넣는 용도라 목적이 반대인데, 판으로 밀어 압력을 전달한다는 구조는 같다.
- 필름 시공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좋은 스퀴지가 뭐냐"인데, 현장에서 돌아오는 답은 대개 "날이 깨끗한 거"다. 브랜드보다 관리 상태가 결과를 좌우한다.
- 급할 때 신용카드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카드는 모서리가 직각이라 필름을 찍는다. 응급 상황이라면 모서리를 사포로 둥글게 만들고 천을 씌워야 한다. 실제로 초창기 필름 시공자들이 쓰던 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