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
Blending — 재도장한 부위와 기존 도장의 경계를 흐려 구분되지 않게 만드는 마감 기법
정의
블렌딩(Blending)은 부분 도색한 자리와 기존 도장이 만나는 경계선을 흐려, 어디까지가 새 도장인지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마감 기법이다.
도장 공정의 맨 마지막에 온다. 퍼티로 면을 잡고, 조색으로 색을 맞추고, 뿌려서 색을 올린 다음 — 그렇게 다 해놓고도 경계선이 남기 때문에 하는 작업이다.
핵심: 블렌딩은 색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색은 조색이 이미 맞춰놨다. 블렌딩이 다루는 건 도장층이 끊긴 자리에 생기는 물리적 경계다.
왜 필요한가
부분 도색을 하면 새 도장이 어딘가에서 끝난다. 그 끝나는 지점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가 문제다.
- 두께 단차 — 새 도장층이 얹힌 만큼 그 부위가 미세하게 높다. 경계에 아주 낮은 턱이 생긴다.
- 광택 차이 — 새 클리어코트는 매끈하고, 몇 년 된 기존 도장은 미세하게 거칠어져 있다. 빛 반사가 다르다.
- 색 편차 — 조색이 아무리 정확해도 완전히 같기는 어렵다. 아주 미세한 차이라도 선으로 맞닿아 있으면 눈에 띈다.
사람 눈은 면의 미세한 차이는 잘 못 잡지만 선은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같은 정도의 색 차이라도 넓게 퍼져 있으면 못 알아채고, 한 줄로 맞닿아 있으면 바로 보인다. 블렌딩의 원리가 여기서 나온다 — 차이를 없애는 게 아니라 선을 없애는 것이다.
비유: 벽지를 부분 교체했을 때와 같다. 색이 거의 같아도 이어붙인 선이 보이면 티가 난다. 반대로 색이 조금 달라도 경계가 서서히 넘어가면 눈이 그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
원리
클리어 단계의 블렌딩은 전용 시너로 한다. 클리어코트를 분사한 직후, 아직 표면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 경계 부위에 이 시너를 얇게 뿌린다.
그러면 두 가지가 일어난다. 새로 뿌린 클리어의 가장자리가 용제에 녹아 얇게 퍼지면서 두께 단차가 사라지고, 동시에 기존 도장 표면도 살짝 녹아 두 층이 서로 스며든다. 결과적으로 "여기서부터 새 도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 없어진다.
시점이 결정적이다. 클리어가 아직 젖어 있을 때만 이 작용이 일어난다. 이미 굳기 시작한 뒤에 시너를 뿌리면 표면이 녹지 않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어중간하게 녹아 얼룩만 남는다.
색상층에서 하는 블렌딩은 원리가 다르다. 용제를 쓰는 게 아니라, 도료를 바깥으로 갈수록 점점 옅게 겹쳐 뿌려서 색이 서서히 사라지게 만든다. 스프레이 건을 경계 바깥으로 빼면서 분사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색상 자체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라 톤 차이가 클 때 함께 쓴다.
종류
| 종류 | 어느 층에서 | 방법 | 언제 쓰나 |
|---|---|---|---|
| 클리어 블렌딩 | 클리어코트 | 전용 시너로 경계를 녹여 흐린다 | 가장 일반적. 조색이 잘 맞았을 때 |
| 베이스 블렌딩 | 베이스코트(색상층) | 바깥으로 갈수록 옅게 겹쳐 뿌린다 | 색 차이가 남아 있어 색상층에서부터 흐려야 할 때 |
둘은 배타적이지 않다. 색이 미세하게 어긋난 경우 베이스에서 한 번 흐리고 클리어에서 다시 흐리는 식으로 겹쳐 쓴다. 베이스 블렌딩을 복가시라고 부르는 현장도 있는데, 표현이 통일돼 있지는 않다.
어디까지 넓히나
블렌딩 범위를 좁게 잡는 것이 초보자의 대표적 실수다. 손상 부위 바로 옆에서 끝내면 오히려 그 짧은 구간에 변화가 몰려 경계가 더 도드라진다. 넓게 잡아 완만하게 넘어가야 눈이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캐릭터 라인이나 패널이 꺾이는 지점을 블렌딩 끝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지점은 원래 빛이 꺾이는 자리라 미세한 차이가 자연스럽게 묻힌다.
현실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블렌딩은 "전문 도장과 아마추어 도장을 가르는 마지막 한 걸음"으로 설명한다. 앞 공정을 아무리 잘해도 이 단계를 안 하면 티가 나고, 반대로 이 단계를 잘하면 앞의 미세한 부족함이 상당 부분 덮인다.
초보자의 오해
"조색만 정확하면 끝"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조색이 잘 될수록 경계선만 더 눈에 띄는 역설이 생긴다. 색이 완벽히 같으니 다른 게 없는데, 딱 한 줄 광택이 갈리는 선이 남아서 그것만 보인다.
부분 도색이 성립하는 이유
블렌딩이 있어서 부분 도색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이게 안 되면 어떤 손상이든 패널 전체, 심하면 인접 패널까지 다 칠해야 한다. 작은 흠 하나에 문짝 전체를 칠하지 않아도 되는 건 경계를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검수는 각도를 바꿔가며
블렌딩이 잘 됐는지는 정면에서 안 보인다. 빛을 비스듬히 받는 각도에서 봐야 광택 차이와 단차가 드러난다. 실내에서 확인하고 끝내지 않고 밖으로 빼서 자연광에서 여러 각도로 보는 게 원칙이다. 차를 인수한 고객이 며칠 뒤 "여기 선이 보이는데요" 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이 확인을 실내 한 각도에서만 끝낸 것이다.
흔한 실수
- 블렌딩 시너를 색상층에 쓰는 것 — 안료가 용제에 풀리면서 그 자리가 얼룩덜룩해진다. 시너는 클리어 전용이다.
- 클리어가 굳은 뒤에 시도하는 것 — 표면이 안 녹아 아무 효과가 없거나 어중간한 얼룩만 남는다. 젖어 있는 동안에만 작동한다.
- 범위를 좁게 잡는 것 — 짧은 구간에 변화가 몰려 오히려 경계가 도드라진다. 넓게 잡아 완만하게 넘어가야 한다.
- 과다 분사 — 시너를 많이 뿌리면 클리어가 흘러내려 자국이 남는다. 얇게, 한 번에 지나가듯 뿌린다.
- 정면에서만 확인하는 것 — 블렌딩 결함은 비스듬한 각도에서 드러난다. 정면 확인만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 실내 조명에서만 검수하는 것 — 자연광에서 광택 차이가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밖으로 빼서 확인해야 한다.
- 조색 부족을 블렌딩으로 덮으려는 것 — 어느 정도는 덮이지만 한계가 있다. 색 차이가 크면 아무리 흐려도 넓은 면적에서 톤이 다르게 보인다. 블렌딩은 조색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여담
- 중고차 사고 이력을 눈으로 찾을 때 보는 것이 바로 이 경계다. 도장 두께를 재는 장비를 쓰기도 하지만, 밝은 곳에서 패널을 비스듬히 훑으며 광택이 갈리는 선을 찾는 방식이 여전히 쓰인다. 블렌딩이 잘 된 차는 이 방법으로도 잘 안 잡힌다.
- 블렌딩이라는 말은 도장 밖에서도 "섞어서 경계를 없앤다"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화장에서 색조 경계를 문질러 흐리는 것, 사진 보정에서 두 이미지를 이어붙이는 것 모두 같은 단어다. 하는 일의 본질이 같다.
- 블렌딩 범위를 어디까지 잡느냐가 견적에 영향을 준다. 흠집은 작아도 그 색과 위치 때문에 넓게 블렌딩해야 하면 작업 면적이 커진다. "흠집은 손톱만 한데 왜 비싼가"라는 질문의 답이 대개 여기 있다.
- 메탈릭이나 펄이 들어간 색은 블렌딩 난도가 확 올라간다. 입자가 눕는 방향까지 이어져야 해서, 분사 각도와 거리가 조금만 달라도 그 구간만 반짝임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