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딩
Sanding — 연마재로 면을 잡고 부착력을 확보하는 작업. 현장에서는 "사포질"
정의
샌딩(Sanding)은 연마재로 표면을 갈아내는 작업이다. 우리말로는 사포질이고, 현장에서는 그냥 "샌딩"이라고 부른다.
도장에서 샌딩이 하는 일은 세 가지다. 면을 평탄하게 잡는 것, 다음에 올릴 도료가 잘 붙도록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부착력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광택 직전에 표면을 고르는 것이다. 그래서 샌딩은 한 번 하고 끝나는 단계가 아니라 도장 공정 사이사이에 계속 끼어든다.
원리
샌딩의 핵심은 자국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작은 자국으로 바꾸는 것이다.
거친 사포로 갈면 표면에 깊은 골이 생긴다. 이때 다음 단계에서 조금 더 고운 사포를 쓰면, 그 사포가 앞 단계의 골 깊이까지 표면을 깎아 내리면서 더 얕고 촘촘한 자국으로 치환한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자국이 눈에 안 보일 만큼 미세해진다.
원리 자체는 컴파운드가 하는 일과 같다. 다만 컴파운드는 액상 연마제로 클리어코트를 다루고, 샌딩은 고체 연마재로 훨씬 거친 단계부터 시작한다는 차이가 있다.
여기서 규칙이 나온다: 번호를 크게 건너뛰면 안 된다. 고운 사포는 얕게밖에 못 깎으므로 거친 사포가 남긴 깊은 골에 닿지를 못한다. 덮인 것처럼 보여도 도료를 올리고 클리어코트가 빛을 반사하기 시작하면 밑에 깔린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료에 따라 허용 폭은 조금 다르다. 한 단계 정도는 건너뛸 수 있다고 보는 쪽도 있고, 순차 진행을 원칙으로 두는 쪽도 있다. 다만 거친 방수에서 고운 방수로 크게 점프하는 것은 어느 쪽도 권하지 않는다.
방수 읽는 법
사포에 적힌 숫자를 방수 또는 그릿(grit)이라고 한다. 숫자가 클수록 입자가 작고 고운 사포다. P80은 거칠고 P3000은 아주 곱다.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같은 숫자라도 규격이 다르면 실제 입자 크기가 다르다.
| 표기 | 규격 | 쓰는 곳 |
|---|---|---|
| P1500 (P가 붙음) | 유럽식 FEPA | 국내 도장 자료는 대체로 이쪽 |
| 1500 (접두 없음) | 미국식 CAMI | 미국 자료·수입 제품에 섞여 있다 |
두 체계는 입자 분포를 잡는 방식이 달라서, 낮은 번호대에서는 비슷해도 번호가 올라갈수록 차이가 벌어진다. 아주 고운 영역에서는 변환 자체가 근사치가 되고, 아예 그릿 번호 대신 마이크론으로 표기하는 제품도 있다. 고방수를 쓸 때는 숫자만 보지 말고 어느 규격인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공정별 방수
아래는 국내 보수도장 표준공정을 기준으로 한 흐름이다. 거친 데서 시작해 고운 데로 올라간다.
| 공정 | 방수 | 무엇을 하나 |
|---|---|---|
| 구도막 제거 (단 낮추기) | P80~P120 → 가장자리 P180 | 손상 부위의 기존 도막을 철판이 보일 때까지 걷어낸다 |
| 1차 퍼티 연마 | P80 → P120 → P180 | 메운 퍼티를 깎아 원래 패널 곡면에 맞춘다 |
| 2차 퍼티 연마 | P180 → P220 | 남은 미세 요철을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
| 서페이서(프라이머) 연마 | P400 · P500 · P600 | 하도를 평탄하게 잡고 색층이 올라갈 면을 만든다 |
| 베이스코트 이물질 제거 | 샌딩 스폰지 P1000 | 색층에 앉은 먼지·티를 국소적으로 걷어낸다 |
| 광택 전 연마 (컷 앤 버프) | P1500 · P3000 | 클리어코트의 오렌지필·먼지 자국을 평탄화한다 |
자료마다 갈리는 지점: 색층 올리기 직전의 마감 방수는 출처에 따라 320 · 400 · 600 · 800으로 제각각이다. 도료 계열과 클리어 종류, 작업자 관행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라 하나로 못 박기 어렵다. 쓰는 도료의 기술자료를 따르는 것이 맞다.
서페이서 위에 가이드코트를 얇게 뿌려두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검은 가루를 뿌린 뒤 연마하면, 낮은 곳에 가루가 남아 있어 어디가 덜 깎였는지 눈으로 보인다. 가이드코트가 고르게 사라지면 면이 잡힌 것이다.
종류
건식 샌딩 vs 습식 샌딩
물을 쓰느냐로 갈린다. 국내 현장에서는 건 샌딩, 수(水) 샌딩이라고 부른다.
| 구분 | 장점 | 주로 쓰는 구간 |
|---|---|---|
| 건식 | 빠르고 기계 샌더와 함께 쓰기 좋다. 진행 상태가 바로 보인다 | 퍼티·서페이서 등 프라이머 단계까지 |
| 습식 | 물이 윤활·냉각을 하고 연마 가루를 씻어내 사포가 덜 막힌다 | 고방수 영역, 특히 클리어코트 연마 |
중요한 것은 습식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퍼티는 수분을 머금으면 나중에 도장 결함의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건식으로 한다. 국내 표준공정은 서페이서 연마도 건식으로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 경계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게 서술되므로, 사용하는 도료 계열의 지침을 우선한다.
반대로 클리어코트를 다루는 고방수 구간은 습식이 기본이다. 여기서 물 없이 갈면 마찰열이 급격히 올라 순식간에 클리어코트를 뚫을 수 있다.
기계 샌딩 vs 손 샌딩
- 싱글액션 샌더 — 한 방향으로 도는 방식이라 절삭력이 가장 강하다. 구도막을 걷어내는 초기 단계에 쓴다.
- 더블액션(DA) 샌더 — 회전과 편심 궤도가 겹쳐 자국이 한 방향으로 몰리지 않는다. 면 잡기와 대부분의 중간 공정에 쓴다. DA 폴리셔와 같은 원리다.
- 손 샌딩 — 곡면, 모서리, 캐릭터 라인처럼 기계가 못 들어가거나 들어가면 위험한 곳에 쓴다.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자리다.
블록과 파일
손으로 갈 때는 사포를 맨손에 쥐지 않고 블록에 감아 쓴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압력이 손가락 자리마다 불균등하게 걸려 표면이 물결친다. 국내 현장에서는 삼각파일·사각파일 같은 수공구를 부위에 맞춰 골라 쓴다.
컷 앤 버프
클리어코트를 뿌리고 나면 표면이 완전히 평평하지 않다. 도료가 퍼지다 굳으면서 귤껍질 같은 미세한 요철, 즉 오렌지필이 남고 먼지 티가 앉기도 한다. 이걸 고방수로 평탄하게 깎은 뒤 광택으로 되살리는 것이 컷 앤 버프다.
- P1500 — 오렌지필과 먼지 자국을 눌러 평탄화한다. 여기가 실제로 깎는 단계다.
- P2000~P2500 — 앞 단계 자국을 더 미세하게 바꾼다.
- P3000 — 폴리싱이 빠르게 먹도록 표면을 고르게 흐린 상태로 만든다.
- 컴파운딩 → 피니싱 — 절삭용 컴파운드로 헤이즈를 걷어낸 뒤, 마무리 광택제로 광을 올린다.
작업 요령은 계속 적셔가며, 가벼운 압력으로, 교차 방향이다. 한 방향으로만 밀면 그 방향 자국이 남는다. 사포는 자주 헹궈 연마 가루를 털어내야 한다. 표면 요철이 평평해지는 순간 멈추는 것이 원칙이고, 더 하면 클리어코트만 축낸다.
완료 판정: P3000까지 마친 면은 균일한 미세 헤이즈 상태여야 한다. 군데군데 반짝이는 곳이 남아 있다면 그 자리는 아직 안 깎인 낮은 지대라는 뜻이다.
주의: 내스크래치 기능이 있는 특수 클리어는 일반 광택제로는 작업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도료 제조사가 지정한 전용 광택제를 확인해야 한다.
흔한 실수
- 방수를 크게 건너뛰는 것 — 가장 흔하고 가장 비싸다. 시간을 아끼려다 도장을 다 올린 뒤에 자국이 드러나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된다.
- 퍼티를 습식으로 가는 것 — 퍼티가 수분을 빨아들이면 나중에 부풀거나 도장이 들뜨는 원인이 된다. 퍼티는 건식이 원칙이다.
- 고방수를 건식으로 가는 것 — 클리어코트를 다루는 구간에서 물 없이 갈면 마찰열로 몇 초 만에 뚫릴 수 있다.
- 세게 누르는 것 — 압력을 주면 빨리 깎이는 것이 아니라 자국이 깊어지고 열이 난다. 마찰열은 철판을 변형시킬 수도 있다. 샌더의 무게로 갈고 손은 얹기만 한다.
- 구도막 위에 퍼티를 올리는 것 — 퍼티는 도막이 제거된 철판 면에 닿아야 제대로 붙는다. 남은 도막 위에 얹으면 부착력이 안 나온다.
- 모서리를 블록으로 밀어버리는 것 — 캐릭터 라인이나 패널 엣지는 도막이 얇다. 여기는 마스킹으로 보호하고, 마지막 고방수 패스에서만 손끝 압력으로 살짝 지나간다.
- 관통 신호를 무시하는 것 — 갈다가 아래층 색이나 프라이머가 비쳐 나오면 즉시 멈춰야 한다. 계속하면 부분 재도장으로 넘어간다.
- 가이드코트를 안 쓰는 것 — 눈으로만 보면 어디가 덜 깎였는지 알기 어렵다. 가이드코트 한 번 뿌리는 시간이 재작업 시간보다 훨씬 짧다.